SI Dance 2009, 그리고 혹은 다른 시각에서 보기






<"그리고" 혹은 다른 시각에서 보기>

안무   무용: 파뚜 트라오레 Fatou Traoré
미술   퍼포먼스: 이승연 Lee Sung-yon
음악   콘트라베이스: 악셀 질렝 Axel Gilain
기술   조명: 필립 바스트 Philippe Baste


무용을 이제 막 즐기기 시작해서 아직 몇 작품밖에 접해보지 못했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공연이었다.
시댄스 2009 프로그램 중 하나로 '그리고 혹은 다른 시각으로 보기'라는 작품이었다. 동영상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(물론 이 작품의 감동은 직접 볼 때에만 제대로 느낄 수 있겠지만...) 파뚜 트라오레의 몸짓과 이승연씨의 이미지, 알셀 질렝의 음악으로 이루어지는 작품이다. 디자인을 전공하고 무용수, 뮤지션들과 협동작업을 하면서 복합 장르의 이미지 작품을 주로 하고 았다는 이승연씨의 손 끝에서 움직이는 붓이 그려내던 강렬함이 아직도 선명하게 눈 앞에 그려진다. 무대 끝에 라이트박스를 놓고 그 위에 놓인 종이에 굵은 붓으로 그려지는 이미지는 무대 중앙 스크린에 영사되어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.

공연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.



음악에 맞춰 겹겹이 쌓여있던 이미지들을 움직여가며 하나의 영상을 보여준 첫 번째 파트.
단지 종이 위에 그려진 선들에 불과한 붓자국들이 그녀의 손길에 따라 흔들리기도하고 구겨지기도 하는데 초점이 정해져 있는 카메라 때문에 종이들을 들어올리고 내리는 동안 이미지들이 흐릿하고 또 또렷해지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 만들어냈다. 이 부분이 조금 느리게 진행되어서 지루하게 느끼고 집중을 잘 하지 못했던 사람도 꽤 있었는데 나는 직접 손으로 만들어내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빠져들었다. 요즘 같아서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충분히 더 간단히 만들 수 도 있었을 영상인데 빛, 종이, 카메라, 붓만으로 저런 영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놀라웠고 아름다웠다. 늘 하는 말이지만 누군가의 손끝에서 나오는 것 만큼 아름다운 건 없는 것 같다. 



그렇게 종이를 한장씩 걷어내며 만든 영상이 끝나자 스크린 뒤에 움크리고 있던 무용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. 마치 마법처럼. 공연에서는 조명의 힘도 강하다. 암실같이 어두운 공연장에서 스크린만 밝게 빛나고 있다가 스크린 뒷 쪽이 밝게 비춰지면서 구름이 걷힌 듯 무용수가 드러난 것이다. 이때부터 이승연씨와 파투 트라오레는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소통하기 시작한다. 하얀 스크린 위에 붓이 지나가며 공간을 검게 물들이면 그 공간에서 파투 트라오레는 몸으로 그녀를 표현한다.
때로는 음악에 맞춰 이미지가 그려지고 몸이 따라 움직이기도 하고, 때로는 이미지에 음악과 몸이, 때로는 몸짓에 음악과 이미지가 따라 움직이기도 하면서 세 사람의 소통이 이루어졌다. 아니 어쩌면 그렇게 보려고 한 내 눈을 통해서만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. 즉흥적으로 그들은 함께 그렇게 서로를 표현했다.


마지막에는 이승연씨가 무대로 나와 큰 붓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함께 움직이면서 공연이 끝이 났다.



<"그리고" 혹은 다른 시각에서 보기>는 벨기에 안무가 파뚜 트라오레와 서예의 침묵과 즉흥적 움직임을 추구하는 화가 이승연의 공동 창작 작품이다. 두 예술가는 서로 유사한 세계관과 심미학, 사상 등을 공유하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.
특히 이승연과 파뚜 트라오레의 작품 세계가 가지는 접점은 서예에서 중요시되는 현재성과 춤을 추는 행위의 현재성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. 이처럼 작품에서 현재성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이승연이 만들어가는 붓놀림에 맞추어 파뚜 트라오레의 즉흥적 움직임이 완성되는 독특한 진행방식을 따른다. 스크린에 투영되는 선의 움직임과 함께 호흡하는 파뚜 트라오레의 춤은 무대를 한 폭의 캔버스로 변화시킨다.


-SI DANCE 2009  http://www.sidance.org/2009/




공연이 끝나고 너무 그 분위기에 취해 있던 게 보였는지 공연에 대해서 얘기해달라는 인터뷰를 받았다.
정말 너무 좋았던 공연인데 내 표현력의 한계가 아쉽고 당황해서 제대로 말을 못한게 또 아쉽다. 그래도 인터뷰를 보고 있자니 그 때의 그 감동을 가지고 있던 내 모습이 보여서 두고두고 음미할 수 있을 것 같다.



이승연씨께 말씀을 드려서 공연때 즉흥으로 그린 종이 두 장을 받아 왔다.
저 터치만 봐도 콘트라베이스의 울림과 파투 트라오레의 몸짓이 그려진다... 저렇게 들고 있으니 익살스러워보이긴 하지만,ㅎ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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